2011년 3월 12일 책상에 앉아 마음둘데 없이 시간만 죽이던 나를 사랑이가 잡아 끈다. 나가 놀자고. 그래. 놀자. 10개월 전 데려온 이 작은 강아지 한마리로 인해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. 사랑한다. 사랑아. 그래. 놀자. 사랑이를 데리고 뛰놀며 살아있음을 느낀다. 날로 어두워져가는 내 얼굴이 유일하게 펴지는 시간. 보이는 풍경이, 낮선 냄새가, 산뜻한 바람이 모두 사랑이에겐 즐거움인가 보다. 사진을 찍고 있으니 뭐하냐며 빨리 뛰자고 한다. 개들도 웃을 줄 안다. 신나게 뛰놀고 나면 빨리 집에 가자고 끙끙 대는 녀석이 너무 사랑스럽다. 가슴아픈 시간이 지나고 정리되면 사랑이 데리고 어디 한적한 동남아 같은데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.